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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실 [뉴시스] 이윤상 성폭력상담소장 "성폭력 개인의 문제아닌 '우리'의 문제"
2011-04-13 14:57:20
여수성폭력상담소 <> 조회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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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이윤상 성폭력상담소장 "성폭력 개인의 문제아닌 '우리'의 문제"

"성폭력은 불운한 개인이 겪는 예외적인 사건이라거나 나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41) 소장은 13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성폭력 문제는 남성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다같이 공감하는 것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취지를 다 살릴 수 없다"며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과제가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를 전제로 고소가 취하됨으로써 처벌받지 않는 친고죄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적 범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올해 친고죄의 문제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립 20주년을 맞는 소감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때가 불과 20년 전인데 이 현장에 뛰어들어 성폭력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사회적 공감대를 많이 확산시킬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와 참여가 있었다는 점을 새삼 되새기게 됐다. 반면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고 신고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현실을 생각하면 남아있는 과제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지난 20년간 이상으로 앞으로 20년도 열심히 뛰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성폭력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이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사회에 알린 점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어린이 성폭력, 근친 성폭력 사건 등이 1992년 이슈화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많이 알릴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법률과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1993년 12월에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의 힘이 매우 컸다. 이후로 피해자 치료비 지원정책, 무료법률구조정책 등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확보되도록 하는데 현장의 제언이 큰 역할을 했다."

-20년 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정말 많다. 사회적으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도 많고 밖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담소와 생존자와 함께 울고 웃었던 사건은 많이 있다. 1993년도에 있었던 서울대 조교사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지금은 성희롱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지만 그 때만 해도 성희롱에 관한 법이나 제도가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여성단체들이 공동대책위를 준비하고 인권변호사들이 중심이 돼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이 사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법적으로 '성희롱' 개념이 없던 때 6여년의 법정투쟁 끝에 일부 승소를 이끌어낸 것은 정말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승소가 힘이 돼 이후에 직장내 성희롱이 법제화 되고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 여성의 용감한 결단이 가져온 큰 변화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언론의 관심이 아동에게만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성인 피해자들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예방책이나 지원방안은.

"약자인 아동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동피해자만을 지원하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기존 통념을 강화하는 결과는 낳을 수 있다. 성인 피해자는 여전히 '여자가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식의 색안경을 낀 의심에 시달리고 이런 편견 때문에 고소하는 것도 어렵고 용기내 고소를 해도 2차 피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 친고죄 폐지 등을 통해 성인 피해자들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폭력특별법은 그동안 15차례나 개정됐으나 5대 강력범죄 중 유일하게 친고죄로 남아있다.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친고죄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을 보면 주로 피해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피해자들은 바로 이 친고죄 때문에 가해자측의 스토킹과 같은 수준의 협박 종용에 시달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원치 않는데 가해자 측과 자꾸 만나게 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합의나 피해보상은 그것대로 운영돼야 하지만 합의를 전제로 고소가 취하됨으로써 처벌받지 않는 친고죄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 사회적 범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책임이다. 올해 상담소는 친고죄의 문제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개선점은.

"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 취지를 다 살릴 수 없다. 그래서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과제가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생각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공교육 안에 인권감수성을 제고하는 교육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은 어린 나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평등한 사회,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가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공분하는 것으로는 성폭력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 성폭력은 불운한 개인이 겪는 예외적인 사건이라거나 나와는 관계없는 남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 남성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다같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등한 소통,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자리잡는 공동체 문화에 대해서 함께 고민함으로써 진정한 사회 변화를 일궈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