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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실

보도자료실 국민대, 고려대 이어 서울대…잇단 카톡방 성폭력, 왜?
2016-07-14 17:02:48
여수성폭력상담소 <> 조회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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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인문대 앞 게시판에서 학생들이 이 대학 인문대 소속 남학생 8명이 단체 카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여성혐오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인문대 앞 게시판에서 학생들이 이 대학 인문대 소속 남학생 8명이 단체 카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여성혐오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을 폭로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언젠간 터질 일”“일베 수준일줄은…”
대자보 접한 학생들 반응 엇갈려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 인식 문제
 

 

“(대화에 참여한 8명 가운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게 더 충격적이네요.”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인문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앞에 삼삼오오 몰려든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말했다. 이날 이곳 대자보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페이스북 등에는 서울대 인문대 소속의 남학생 8명이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동기 여학생과 과외 학생 등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하거나 여성혐오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을 폭로하는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성폭력 고발’이 내걸렸다. 학소위가 공개한 대화 내용 중엔 “배고프다”는 한 학생의 말에 특정 동기 여학생을 거론하며 “먹어”라고 하거나, 몰래 촬영한 여학생 사진을 올리며 “박고 싶다”고 한 발언이 포함돼 있다. 또 과외 제의가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을 두고도 “로린이(롤리타+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고등학생)이면 좋은데”라는 발언도 있었다.

 

인문관 앞에서 만난 여학생 서아무개(23)씨는 “(남학생들이) 이런 대화들을 할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서울대 인문대생들의 발언이 소위 말하는 ‘일베’ 수준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소위는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며 가해자 쪽에 ‘실명을 공개한 사과’ ‘정기적 인권·성평등 교육 수강’ 등을 요구하는 한편 대학 본부엔 가해자-피해자 격리와 가해 학생 징계 등을 촉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카톡방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 쪽에선 “예상보다 (발언) 수위가 높아 놀랍다”면서도 대체적으로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었다”는 반응이 많다. 대학생들의 카톡방 내 성폭력 사건이 처음이 아닌 탓이다. 지난해 국민대에 이어 지난달엔 고려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과거 남성들의 ‘술자리 음담패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가면서 ‘기록’으로 남아 공론화된 것이지, 현상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인 것이다. 대자보 앞에서 학생들이 “또라이 아냐? 너무 심하다” “원래 다 그렇지, 뭐” 같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대학 사회학과에 다니는 김아무개(23)씨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개된 내용들은 술자리에서도 하고 남자들 카톡방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인문대생 최아무개(27)씨도 “2009년 입학했을 때 카톡 대신 비공개 카페에서 남자들끼리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공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지하게 이건 성희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웃긴 얘기’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이런 문제가 한두 건씩 불거지면서 점점 자제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희롱성 카톡방 내용을 단순한 ‘농담’ 또는 ‘음담패설’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카톡방 속 한 남학생이 “내용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이라고 얘기했던 데서 보듯, 이들 스스로도 대화 내용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학생들 가운데엔 이 지점에 더 분노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서울대 자연대 여학생 이아무개(21)씨는 “아무도 목격하지 못했다 해서 살인이 죄가 아닌 게 아니지 않으냐”며 “고려대 사건도 그렇고 드러나야만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사과하는 행태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방이슬 활동가는 “(가해자들의 발언으로 보아) 스스로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건 인지했던 것 같지만, 진심으로 타인에 대한 폭력이나 범죄로 생각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폐쇄적인 카톡방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미 오프라인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짚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인식이 통용되는 사회 문화가 대학생들의 카톡방 성폭력 뒤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서울대에선 외려 가해 학생들의 행위보다도 비공개성을 전제로 한 카톡 내용을 공개하는 게 정당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선 “성희롱은 문제지만 카톡방 공개는 프라이버시 침해” “학소위가 내용을 공개할 권한이 있느냐”는 등의 글이 상당수 올라왔다. 이에 “국지적인 티끌만 찾아내 욕하고 전체를 못 본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하루 종일 게시판에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권일씨는 “카톡방 안에선 익명성이 요구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라는 점에서, 익명성 속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공격하는 일베 현상과도 결이 다르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방이슬 활동가는 “(카톡방 성폭력은) 갈무리(캡처)된 화면이 더 쉽게 공유돼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대처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지 허승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