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 상담
  • 연계지원
  • 후원회원

보도자료실

보도자료실 서울=연합뉴스〕<첫 '화학적거세' 명령…법원, 성범죄 엄벌 의지>
2013-01-07 09:57:06
여수성폭력상담소 <> 조회수 244
121.149.232.224

"스스로 통제 불가능…국가가 약물투여로 재범 방지"

"본인 동의없이 강제집행은 치료 아닌 처벌" 반대의견도

법원이 3일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명령한 것은 연이은 부녀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속칭 '화학적 거세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1년 7월 시행된 이래 검찰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이 사건 피고인 표모(31)씨에 대해 치료 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날 청구를 받아들였다.

화학적 거세 적용 대상 범위가 확대돼 앞으로 표씨처럼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게 되는 성폭행범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재판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표씨에 대해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고 성욕과잉인 것으로 보여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즉, 성욕 통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피고인에게 약물을 투여해서라도 성욕을 저하시켜 재범을 막겠다는 것이다.

표씨는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0대 중반 여성 5명과 6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뒤 이들의 알몸 사진,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등에 퍼뜨리겠다면서 흉기로 협박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표씨는 이번 사건 전에도 강간치상,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형을 산 적이 있고 누범 기간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명령은 법원이 인면수심의 성범죄를 더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흉악한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범인에 대한 심판 역할을 하는 법원은 국민의 법 감정에 못 미치는 판결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용운 변호사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성범죄의 강도가 나날이 세지면서 법원이 엄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료' 아닌 '처벌'…인권 논란 소지 = 인권과 실효성 등을 내세워 화학적 거세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 동의 없이 법원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한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는 재범 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송동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고려대 교수)은 "최근 아동 성범죄 등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소외계층"이라며 "지금과 같은 일시적 형사정책 강화는 국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성욕을 누그러뜨려 성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성범죄자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화학적 거세법 적용 앞으로 늘어날 듯 = 화학적 거세 관련 법안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지난 2008년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근간이다.

이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 성범죄자 중에서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2010년 6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대상 아동·청소년은 '16세 미만'으로 변경됐다.

법무부가 법안 의결에 따라 2011년 7월 이 같은 내용의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 시행을 발표한 뒤 검찰이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것은 지난해 8월이 처음이다. 이날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인 표씨가 그 대상이었다.

이날 표씨에 이어 앞으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을 성범죄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률이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에게만 약물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는 3월부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자 중 재범의 위험이 있는 범죄자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