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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실

보도자료실 '박카스 아줌마'는 어떻게 '박카스 할머니'가 되었나?
2015-07-12 08:00:26
여수성폭력상담소 <> 조회수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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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성폭력상담소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나는 진짜 삶이 급해. 돈이 급해서 여기 나오는 거야. 다른 일은 몸이 아파서 못해. 당뇨도 심하고, 위염도 있고. 팔다리도 저리고 눈도 시리고. 약을 달고 살아. 자식? 있지. 그런데 걔들도 힘들어. 돈 달란 말은 못하겠더라고."

지난 9일 낮 김모(74·가명)씨는 여느 날처럼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곱게 화장을 한 뒤 종로3가역을 찾았다. 집에서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2시간이나 걸리지만 김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종로 3가는 그에게 생계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이자 시간을 죽이고 외로움을 달래는 놀이터다.

지난 1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종묘공원 일대에서 노인 대상 성매매를 하는 여성 3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이들의 소식은 그리 새로울 게 없는데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도 있었다. 단속과 적발이 계속된 지 십수년. '박카스 아줌마'는 '박카스 할머니'가 됐다.

◇단속해도 흩어질 뿐 사라지지 않아…자활한 사람? 글쎄

9일 오후 종로3가에 있는 롯데시네마 근처 한 골목에는 화장을 짙게 한 50~70대 여성 10여 명이 지나는 남성들의 시선을 쫓으며 서성이고 있었다. 얼핏 보면 길 지나는 행인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사라지지 않고 골목 끝과 끝을 반복해 걸으며 주변을 맴돌았다.

그 중에 김씨가 있었다. 김씨는 5년 전 지하철 역사 안에서 일을 시작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돌아다니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런데 지난해 경찰이 지하철 역사 내 단속을 강화하면서 롯데시네마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경찰이 계단에도 못 앉아 있게 막아 할 수 없이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며 "그때 어떤 여자들은 파고다 공원으로 가고 나는 여기로 왔는데 한번 자리를 잡으니 옮기기가 싫어 맨날 여기만 온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종로3가 일대가 매춘의 장소로 오염돼서는 안 된다며,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가 박카스 아줌마나, 음주폭행 등 무질서로 지정 취소 위기에 몰렸다며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낙원 상가 뒤편과 종로3가역 극장 근처, 지하철역 안,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흩어졌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지난 겨울만 해도 성매매 여성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경찰 단속이 강화되면서 지금은 많아야 10명 정도"라며 "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단속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이지 자활 의지가 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는 사이 서울시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서울시는 경찰의 의뢰가 들어오면 이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상담을 권하고, 의료·법률·주거지원을 안내해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 년 동안 시의 도움으로 자활에 성공한 여성은 없다.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시 푸른여성팀 관계자는 "우리는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돕는 곳이기 때문에 자활 의지가 없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장 방문도 하지만 우리에 대한 거부감이 커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가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사정도 마찬가지다. 어르신상담센터는 경찰과 연계해 적발된 여성들에게 상담을 권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속적인 상담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에 적발된 여성들도 상담을 거부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빈곤에 몰린 여성 노인들…"출구 없어"

사정이야 다양하지만 박카스 할머니들 대부분은 돈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점상을 하다가 아들이 사고를 내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노모가 이 일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김씨도 생활고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

김씨는 기초노령연금 20만원과 생활비 명목으로 지원받는 15만원을 더해 매달 35만원을 받는다. 떨어져 사는 자녀로부터 어떤 경제적 지원도 받지 않지만 그들에게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씨는 "35만원으로는 병원비는커녕 약값도 안 돼 빠듯하다"며 "그래도 여기 나오면 공치는 날도 있지만 3만원, 5만원이라도 번다"고 말했다. 도와주겠다는 시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지만 거절했다. 몸이 아파서다. 김씨는 "다른 곳에서 일하라고 하는데 나는 힘들어서 못 한다"고 연신 손사래를 쳤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숭실사이버대 교수) 센터장은 "이들에게는 출구가 없다"며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들은 계속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래도 '청춘'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노인에게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기회가 제로에 가깝다"며 "거기다 실정법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 구청이나 시청에서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할 방법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가 그동안 인터뷰한 종로 일대 성매매 여성 70~80명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거기다 여성 노인들의 경우 남성 노인들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남성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았던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국민연금 혜택도 적다. 여성 노인 빈곤율도 45.9%(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로 남성 노인 빈곤율(40.1%)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이 교수는 "성매매 노인들만 지원해야한다는 말이 아니다"며 이 문제를 노인 빈곤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률 1위에 고령화 사회인 나라에서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노인들이 냉대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잘 분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나 범죄를 예방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고"고 지적했다.

"지금 시급한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일단 사각지대를 조금씩 좁혀 나가야 하는데 첫번째 사례로 그 정점에 있는 박카스 할머니들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속과 검거로는 절대 이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